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읽었다.
처음에는 페미니즘 소설인 줄 알았는데,
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상실을 겪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의 풍경에 대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와 한국에도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여성 작가가 있었구나 싶었다.
박경리 등 옛 세대 작가들은 많이 있고,
요즘 세대에선 김애란, 그리고 김초엽 작가 정도 알았는데,
김금희 작가의 문장들은 옛 세대와 요즘 세대의 중간 정도의 감성과 문체인 것 같았고
무엇보다 글이 참 아름다웠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도 많았는데, 아쉽게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그러지 못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37세 상수, 그리고 35세 경애로,
반도미싱이라는 미싱기계 회사의 팀장과 팀원으로 만난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상실의 경험을 안고 살아간다.
이 책의 제목처럼, 측량할 수 없는 '마음'의 세계, 명확하지 않고 부유하는 듯한 그 마음에 대해
참으로 섬세하게 그려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내 마음 세계도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며 드는 생각은,
결국 우리의 하루를 그리고 삶을 움직여나가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들은
월급이나 직업, 아파트 평수 같은 것들보다
측량할 수 없는 그 마음의 움직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의 세상에 대한 시선과 감수성을 넓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읽는 그 자체로 즐거운 경험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 삶이란 상수보다 그 아버지의 세계와 더 비슷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가지.
이 책의 주인공들은 30대 중후반으로 나오는데,
작가의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50대로 느껴졌다. 소설 끝까지.
내 주변 30대 후반 가운데 이런 내면세계를 지닌 이를 상상하기 어려워서인 것 같다.
구로라는 지역명의 유래도 처음 알았는데, 나이 많은 아홉명의 노인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를 포기한다는 것은 조금씩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그때는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들에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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