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아이디와 명예훼손
2018. 8. 20.
(출처:Pixabay)
연예인이나 공인 등 "사람"을 상대로 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닉네임"을 욕한 경우에도 죄가 될까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다가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상대방의 이름이나 얼굴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께서 저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지 못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 저를 욕하는 글을 올린다면 저는 똑같이 상처받을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웹상에서 닉네임이란 자기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하지만 닉네임을 욕하거나 그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형법상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모든 죄는 그 죄를 규정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 이른바 "보호법익"이 있는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지, "닉네임"의 사회적 평가는 보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집 살림 사건
A씨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접속하여 甲이라는 아이디(ID)를 가진 피해자 乙을 가리켜 “□□□님 또 괴롭히면 너 명예훼손 띠리한다~!!! 작업 좀 작작하고... ^.~ 두 살림 하는거 온 카페가 다 알던데 제발 들키지 말고....”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고, 이에 두 살림을 차린 적 없었던 乙은 화가 끝까지 나 A씨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A씨가 욕한 것은 甲이라는 아이디(ID)였지, 피해자 乙은 아니었으므로 이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그러나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08. 6. 26. 선고 2007헌마46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마. 인터넷 공간에서의 활동이 증가됨에 따라 사이버 공간상에서의 아이디와 그 배후에 있는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밀착도가 좁아지고 있기는 하나, 형법이 아직까지는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외부적인 명예만을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는 점, 인터넷 아이디만을 이용한 이른바 ‘악성 댓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현행법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우려하여 구체적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자율적인 규제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결국 이 사건과 같이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특정이 없이 인터넷상의 아이디만을 이용하여 비방의 글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의정부지법 2014.10.23 선고 2014고정1619 판결).
예외: 인터넷 아이디를 욕했더라도, 그 아이디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
그러나, 위 판결문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아이디를 욕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공개적인 게시판 등에서 해당 아이디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는 경우, 혹은 해당 아이디의 회원정보 등에서 트위터 같은 SNS 등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그 아이디를 욕했는데, 그 아이디 주인 친구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있던 경우 모욕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한 줄 요약
인터넷 아이디를 욕하는 것만으로는,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그 아이디로 그 사람의 신상을 알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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