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변호사 2018. 8. 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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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법

(출처: Pixabay)

◇ 신규제정이유(법률 제6109호, 2000. 1. 12. 제정, 2002. 7. 1. 시행)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 제조업자등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책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며 제품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임. 

◇ 일부개정이유 (법률 제14764호, 2017. 4. 18., 일부개정, 2018. 4. 19. 시행)

제조물의 대부분이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되고, 이에 관한 정보가 제조업자에게 편재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여부 등을 과학적ㆍ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움.

대법원도 이를 고려하여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판시한 바 있음.

이에,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영하여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을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에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경감하려는 것임.

한편, 우리 법원의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일반의 상식 등에 비추어 적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소액다수의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는 악의적 가해행위의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제조업자의 이익은 막대한 반면 개별 소비자의 피해는 소액에 불과하여, 제조업자의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제조업자의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 및 장래 유사한 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임.

주요개정내용

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그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함(제3조제2항 신설).

나. 제조물을 판매ㆍ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자가 피해자등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등을 피해자 등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함(제3조제3항).

다.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 세가지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에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함(제3조의2 신설). <법제처 제공>

 

제조물 책임법

[시행 2018. 4. 19.] [법률 제14764호, 2017. 4. 18., 일부개정]

제1조(목적)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제조물"이란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다른 동산이나 부동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

2.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가. "제조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나.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代替設計)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다.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3. "제조업자"란 다음 각 목의 자를 말한다.

가. 제조물의 제조·가공 또는 수입을 업(業)으로 하는 자

나.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識別)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하여 자신을 가목의 자로 표시한 자 또는 가목의 자로 오인(誤認)하게 할 수 있는 표시를 한 자

제3조(제조물 책임)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이 경우 법원은 배상액을 정할 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고의성의 정도

2. 해당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정도

3. 해당 제조물의 공급으로 인하여 제조업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4. 해당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제조업자가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그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의 정도

5. 해당 제조물의 공급이 지속된 기간 및 공급 규모

6. 제조업자의 재산상태

7. 제조업자가 피해구제를 위하여 노력한 정도

③ 피해자가 제조물의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제조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또는 공급한 자를 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고지(告知)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조의2(결함 등의 추정) 피해자가 다음 각 호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2. 제1호의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3. 제1호의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제4조(면책사유) ①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免)한다.

1.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2.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3.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

4. 원재료나 부품의 경우에는 그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그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1항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제5조(연대책임) 동일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6조(면책특약의 제한)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特約)은 무효로 한다. 다만, 자신의 영업에 이용하기 위하여 제조물을 공급받은 자가 자신의 영업용 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그와 같은 특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조(소멸시효 등) ①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모두 알게 된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1. 손해

2.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

②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조업자가 손해를 발생시킨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다만, 신체에 누적되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潛伏期間)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起算)한다.

제8조(「민법」의 적용)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에 따른다.

 

 

관련판례

○ 녹십자홀딩스 혈액제제 에이즈 감염사건

혈액제제는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특정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효용성이 큰 반면에 혈액제제를 통한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신의 혈액원 등을 통하여 공혈자(供血者)의 혈액을 채혈·조작·보존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충당하는 업무는 성질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 업무가 적정하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혈액제제 이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민 보건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혈액제제 제조업체로서는 혈액제제의 제조를 위해 순결한 혈액을 확보하여 보존함은 물론이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제조된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혈액을 채혈하는 당시의 의학기술 수준에 맞추어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불순한 혈액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문진 등을 통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 등의 감염 위험군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로 된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그 행위로부터 생기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의 정도,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함에 의해서 희생되는 이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3다26708, 26715, 26722, 26739 판결)

 

○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로 인한 손해는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 

제조물책임이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 등에게 지우는 손해배상책임인데,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는 여기서 제외된다(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  그리고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는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로 인한 손해도 포함되므로 그로 인한 손해는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원심은 증거를 종합하여, ① 수도권매립지 매립가스 자원화 민간투자시설사업을 추진하는 제1심 공동원고 에코에너지 주식회사(이하 ‘에코에너지’라고 한다)가 2003. 12. 22. 피고 현대모비스 등과 위 사업 중 발전설비공사에 관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피고 현대모비스가 피고 두산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피고 두산중공업’이라고 한다)와 위 발전설비공사에 필요한 이 사건 발전기를 공급받기로 하는 이 사건 공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③ 피고 두산중공업이 일본 업체로부터 이 사건 발전기를 납품받아 피고 현대모비스에게 공급하자 피고 현대모비스 등이 에코에너지의 발전시설에 이를 설치해주고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발전설비공사를 완공한 사실, ④ 에코에너지가 2006. 8. 3. 이 사건 발전기의 시험운전을 시작으로 2006. 12. 2.부터 이 사건 발전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하였는데, 2007. 7. 21. 절연테스트 과정에서 이 사건 발전기의 절연볼트 1개가 파손된 사실이 발견되었고, 그 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결과 4개의 절연볼트가 손상된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사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⑤ 이에 따라 5개의 절연볼트를 포함한 18개의 절연볼트 전체를 교체하는 등 이 사건 발전기를 수리하였고, 에코에너지는 약 40일간의 수리기간 동안 발전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발전소는 터빈, 보일러, 발전기, 복수기 등의 제반 설비가 기능적으로 일체화되어 가동되는 시설로서 이 사건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이 사건 발전기와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발전설비 전체를 가동하지 못하게 되어 전력생산이 중단되는데, 발전설비의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발생하는 영업 손실 상당의 손해는 이 사건 발전기의 가동 중단으로 인하여 논리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해당하여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원고의 제조물책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제조물책임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24 판결).

 

○ 담배소송

국가 등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점, 니코틴과 타르의 양에 따라 담배의 맛이 달라지고 담배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향을 가진 담배를 선택하여 흡연하는 점,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하여 흡연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 등이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흡연으로 인한 담배소비자의 피해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대체설계를 채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국가 등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언론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하여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담배소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일 뿐만 아니라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 이를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담배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담배제조자인 국가 등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甲과 4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乙이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암과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진단을 받게 되자, 담배를 제조·판매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하여 발병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인 점, 비소세포암에는 흡연과 관련성이 전혀 없거나 현저하게 낮은 폐암의 유형도 포함되어 있는 점,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은 선암의 일종인데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에 비해 흡연과 관련성이 현저하게 낮고 비흡연자 중에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 흡연보다는 환경오염물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흡연을 하였다는 사실과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甲, 乙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 베트남전 참전군인과 고엽제 TCDD 사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고엽제후유의증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엽제법’이라 한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나 고엽제후유증 2세환자의 질병에 말초신경병을 포함시킨 것은 고엽제 노출과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함에도 보훈정책적 차원에서 보상 또는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인 점, ② 소외 1 보고서의 조사 결과는 미국 법원에 제기된 고엽제 관련 소송에서 그 소송의 원고 측 의뢰에 따라 작성된 선서진술서로서 작성자인 소외 1이 역학이나 의학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자료의 선별 과정에서도 객관성이 떨어지며, 다이옥신에 노출된 자의 2세들에게서 일부 질병이나 건강장애가 증가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 말초신경병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③ 소외 2 교수의 역학조사보고서는 폭로군 선별 과정 등에 대한 신뢰성이 낮고 고엽제법에 근거하여 조사가 이루어졌음에도 그 과학성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그 후 고엽제법의 개정 과정에서도 그 연구보고 결과가 거의 반영되지 아니하는 등 역학적 연구방법의 적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우며, 고엽제에 노출된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2세들이 보유한 말초신경병은 그 연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④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보고서 초안은 미국 환경보호청이 공식적인 발표를 앞두고 그 기술적 정확성 등에 관한 내부적 평가를 위하여 회람하고 있는 단계의 문서로서 그 인용을 금하고 있어 역학적 인과관계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삼기에 적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고엽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2,3,7,8-TCDD(이하 ‘TCDD’라 한다)를 비유전적 독성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점, ⑤ 미국 국립과학원의 보고서는 말초신경병과 고엽제 노출 사이에 원인적 연관성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점, ⑥ 그 밖의 갑 제39호증의 1(죽음을 부르는 다이옥신), 갑 제39호증의 2(다우는 이 땅을 어떻게 더럽히는가)는 비정부단체에서 환경운동을 목적으로 기존의 역학적 연구 결과들을 편집한 것이어서 그 내용의 객관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고엽제법의 관련 규정이나 위와 같은 증거들만으로 고엽제의 TCDD와 이에 노출된 베트남전 참전군인으로부터 출생한 자녀들의 말초신경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46 판결).

 

○ 대우 자동차 급발진 사건

1. 자동차의 제조·설계상의 결함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일부를 인용하여, 원고는 서광건설산업 소속 주차관리원으로서 1997. 2. 3. 18:00경 위 건물 부설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주식회사 금강이앤아이 소유의 아카디아 승용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고 한다)를 이동시키기 위하여 위 자동차에 탑승하여 시동을 켜고 자동변속기의 선택레버를 주차에서 전진으로 이동하였는데, 그러자 위 자동차가 갑자기 앞으로 진행하면서 그 곳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자동차를 충격하고 계속 전진하면서 다른 주차차량과 음식점의 벽면을 잇달아 충격한 후 정지하였고 그에 따라 위 자동차들 및 음식점 벽의 일부가 파손된 사실, 이 사건 자동차는 위 사고 이전에 엔진, 자동변속기, 브레이크 내지 전자제어장치에 이상이 생기거나 급발진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사고 후 점검 결과 차량 부품 등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위 자동차는 정리회사 대우자동차 주식회사(2000. 11. 30. 회사정리절차 개시)가 1996.에 제조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 다음 원심은, 정리회사가 이 사건 자동차를 제조함에 있어 엔진제어장치를 부적절한 위치에 장착하고 전자파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부가하지 않고 전자파 간섭시험을 하지 않은 등의 제조·설계상 결함이 있고, 그 결함이 사고 당시 전자파 간섭으로 인한 엔진제어장치의 작동불량상태를 일으켜 급발진사고를 초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시 증거들을 종합할 때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급발진(급전진 및 급후진)하여 사고로 연결되려면 분당 엔진회전수가 4000 정도까지 올라간 상태가 유지되고 스로틀 밸브가 완전히 열리며 브레이크에 의한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스로틀 밸브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야만 열리도록 되어 있고 엔진제어장치의 결함으로 공회전속도조절장치밸브 등이 열린다고 할지라도 급발진에 필요한 분당 엔진회전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자동차공학상 운전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즉,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급발진이 일어나기는 사실상 어려운 사실, 미국에서는 국립도로교통안전청이 1989. 1.경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사고 원인을 조사하여 자동차 자체에는 급발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기계적 결함을 발견할 수 없고 급발진사고 원인은 운전자의 조작 잘못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캐나다 및 일본에서도 유사한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사실, 우리 나라에서도 소비자보호원이 1998. 2.경 급발진사고 사례를 조사한 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가 1999. 11.경 건설교통부 주관하에 연구조사한 결과 급발진을 일으키는 자동차의 구조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전자파 간섭의 영향력은 미미하여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는 한 급발진이 생길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사실 등을 인정하고, 그렇다면 이 사건 급발진사고는 원고가 시동을 걸고 자동변속기 레버를 전진으로 이동하는 단계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아야 할 상황인데도 비정상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음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추인함이 상당한바, 그렇다면 이 사건 자동차의 엔진제어장치에 원고 주장과 같은 전자파 간섭과 관련한 제조·설계상 결함이 존재한다거나 그 결함으로 인하여 급발진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오랜 운전경력에 동종의 사고를 낸 적이 없는 원고가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급발진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정리회사가 이 사건 자동차를 제조·설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으로 인하여 급발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하여 위 자동차가 급발진한 것으로 추인되는 한 이러한 사고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제조업자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급발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며( 대법원 1977. 1. 25. 선고 75다2092 판결,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등 참조), 한편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 것임(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 등 참조)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앞서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자동차의 엔진제어장치에 원고 주장과 같은 결함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위 급발진사고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고 보아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대법원판례 위반,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자동차의 급발진은 엔진제어장치의 결함이 아니라 원고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것으로 추인되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원고 주장의 다른 결함, 즉 고성능의 컴퓨터를 장착하지 않았다거나 전자파 간섭에 의한 작동불량유형 및 영향분석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보다 안전한 대체설계를 하지 않음으로 인한 설계상의 결함 주장에 관하여

설령 이 사건 급발진사고가 운전자의 액셀러레이터 페달 오조작으로 발생하였다고 할지라도, 만약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급발진사고를 방지하거나 그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 그 제조물의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결함의 인정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급발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체설계로서 주장한 쉬프트 록(Shift Lock)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자동변속기 레버를 주차 위치에서 전(후)진 위치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로서 쉬프트 록을 장착하더라도 모든 유형의 급발진사고에 대하여 예방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시동을 켠 후 자동변속기의 레버를 주차 위치에서 후진 또는 전진 위치로 변속하는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방지 또는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질 뿐이며, 또한 설령 쉬프트 록이 장착된 차량이라고 할지라도 운전자가 자동변속기를 주차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변속시키는 과정에서 급발진사고가 발생하는 위험성은 방지할 수 없어서 쉬프트 록의 장착으로 급발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그 정도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점, 운전자가 자동변속기 자동차의 기본적인 안전운전 요령만 숙지하여 실행하면 굳이 쉬프트 록을 장착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사고예방효과가 있는데 자동차는 법령에 정하여진 바에 따른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올바른 사용은 자동차 운전자로서 반드시 숙지하여야 할 기본사항인 점, 일반적으로 자동변속기 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오조작을 감소시키려면 쉬프트 록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강구할 수 있는 점, 통계상 급발진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그 이전에 동종의 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그 후에도 그러하기 때문에 그 차량에 대하여 급발진사고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없다고 하여 그 자동차가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정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정리회사가 이 사건 자동차에 쉬프트 록을 장착하였더라면 급발진사고를 방지하거나 그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었음에도 이를 장착하지 아니하여 위 자동차가 안전하지 않게 된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국내외의 조사 결과 급발진사고를 일으킨 차량들에 있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사이의 간격과 사고 사이에는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 페달 간격을 넓게 배치하면 오히려 위급상황시의 대처가 어렵게 될 위험성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자동차의 페달 간격에 있어서 운전자의 오조작을 야기할 수 있는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자동차의 쉬프트 록 미장착 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사이의 간격과 관련한 설계상 결함이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일으켜 급발진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표시상의 결함 주장에 관하여

제조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표시상의 결함에 의한 제조물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그러한 결함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위 대법원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자동차의 취급설명서에 엔진시동 시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확인한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을 걸고 자동변속기 선택레버를 이동시키라는 지시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위 지시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따랐더라면 이 사건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법령에 의한 면허를 갖춘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에 있어서 위의 지시 외에 운전자가 비정상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경우까지 대비하여 그에 대한 경고나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결함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지시상 결함을 부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가 부담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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