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그 대기중
올해 읽은 책들.. 가운데 아직 독서로그 못쓴 책들 중 기억에 남는 책 몇 권에 대해 짧은 감상평을 남겨본다. 많이 읽은 것 같은데 몇 권 안 되네. 100권은 읽고 돌아가자.
1. 문 앞의 야만인들 (바바리안 앳더 게이트)
KKR의 미국 나바스코 기업 LBO 인수 이야기. 기자들이 취재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000페이지에 달하지만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다. 위대한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는 책. 주식회사 체제에서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회사는 망해도 경영진은 망하지 않고 오히려 부자가 된다. 투자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된다.
2. 한국재벌 흑역사
두 권으로, 삼성, SK, 현대, 롯데 네 그룹의 흑역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과만 언급하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역사, 뿌리부터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해당 기업의 지나온 발자취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LG가 없다는 게 인상적.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커온 과정을 보면, 결국 일제시대 부역 혹은 친일 집단들이 해방 직후 상당한 부를 손에 쥐었거나, 수십년에 걸친 군부독재 시절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막대한 특혜를 얻으며 커왔음을 알 수 있다. 위 재벌기업들은 서울 곳곳 주요 도심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취득하게 된 과정만 보더라도 그 뒤에 정부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얻은 부 가운데 일부가 정부로 흘러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재벌은 한국에만 있는 개념. 영어 단어도 없다. 왜 이런 한국 특유의 구조가 생겼는가? 우리 손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했고, 역사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군부독재 시절 정부는 돈이 필요했다. 한국 특유의 족보의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벌기업의 밝은 면은 너무 홍보가 되어 있으므로 균형을 잡기 위해 이런 책을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3. 서울 도시계획이야기, 손정목
총 5권인데 부분 부분 발췌해가며 읽었다. 이 책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으로 근무하며 주요 도심 설계 등에 참여했던 저자가 역사적 사료를 남기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강남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부터 해서 여의도 개발, 잠실 개발, 서울 도심지 개발 계획 등의 배경과 과정 등을 알 수 있다. 글을 매우 잘 쓰시며, 왜 강남, 잠실, 여의도가 잘 나가는지, 살기 좋은 도시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서울 도심지 개발 과정에서 박정희 정부의 측근이 직원을 시켜 개발 이전 땅을 매입케 하고 개발 호재 발표 뒤 지가가 상승하면 이를 되팔게 하여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기 정치자금을 마련한 사실도 드러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지하에 묻혔을 일.
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김초엽
서점을 지날 때마다 읽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었다. SF 소설 하면 테드 창이 유명한데, 한국에도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소설가가 나타났다는 생각. 여러 단편소설 묶음인데 모든 단편이 다 좋았다.
5. 지구끝의온실, 김초엽
이 책을 먼저 읽고 재미있어서 4번 책을 읽었다.
6.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 독서교실 교사가 어린이와 함께하며 느끼고 배운 어린이의 시선들을 따뜻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린이들의 시선이 참 사랑스럽고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마음도 따뜻해지는데
작가가 딩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 역시 자식이 없어서 더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건가 싶기도? 그래도 좋다.
7. 하얼빈, 김훈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다룬 책. 소설이지만 실제 사료에 기반했고 공백을 저자의 문장으로 채웠다. 힘 있는 문장들이 책이 끝날때까지 이어진다. 안중근의 당시 나이가 서른 하나였다. 그 내면에 대해 상상해본 적 없었다. 그는 저격을 하며 애당초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 그때로부터 10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안중근과 대비되는 대한제국 황제들. 순진했다.